[칼럼] LBRP 준비 과정

오늘날 서양마법체계에 입문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첫째로 접하게 되는 리추얼을 꼽자면 ‘LBRP’가 되겠습니다. 강하지만, 강력한! 그래서 유용한 결계의식입니다. 수행자에게는 필수적이지요. 마침 좋은글방의 옛 칼럼에서, 리추얼매직의 첫걸음을 떼는 분들을 위해 작성한 칼럼을 소개합니다. 본 칼럼 역시 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1. LBRP란 무엇인가?

LBRP는 오각별을 이용한 간단한 추방의식(Lesser Banishing Ritual of the Pentagram: LBRP)의 약자이다. 황금새벽회(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에서 고안한 이 의식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추방의식 중의 하나로, 서양 정통 의식마법 체계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될 마법의식이다. 

왜 하필 처음 배우는 의식이 LBRP(추방의식)인가?
LBRP의 요점은 자신의 신전(Temple)에서 원치 않는 영향력을 외부로 추방하여 신전을 정화하고 방어막을 세우는 의식이다. 그 영향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더러운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LBRP를 하지 않고 탈리스만 충전 의식을 실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필요한 에너지 외에 원치 않는 이상한 에너지도 같이 충전될 수 있다. 이 마법작업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 또한 LBRP를 하지 않고 소환의식을 거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익숙하지 않은 마법사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또 만에 하나 누군가 마법으로 저주를 하거나 사이킥 공격을 해온다면, LBRP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LBRP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초심자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의식이 바로 LBRP인 것이다.

2. 마법 수행을 하기 전의 준비

(1) 마음 가짐
먼저 마법 수행을 하기 1~2 시간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자신이 정해둔 마법 수행 시간 30분전에라도 준비가 필요하다. 세상에 속한 자신의 일상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이나 컴퓨터, 친구와 만나기 등 자신의 일상에서 즐기는 오락 같은 행위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힌두 수행자들은 수행을 하기 몇 시간 전, 음식을 먹지 않으며 경전을 읽거나 만트람(Mantram)을 외우곤 한다. 깊은 이완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명상을 하다가 수행에 들어가기도 하며 심지어는 잠들기 전까지도 만트람을 계속 읊는다. 바로 이런 행위가 수행을 하기 전 ‘의식적’으로 군침을 돌게 하여 그 날의 수행의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실로 경건한 마법적 태도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영을 자극하는 정신적인 금욕이다. 진정으로 열과 성을 다해 마법수행에 전념하고 싶거든 그에 합당한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2) 목욕재계

우선 전통적인 방식을 보면, 따뜻한 물에 향이 좋은 오일이나 말린 허브 그리고 소금 등을 첨가하여 그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자신의 부정한 마음과 근심을 모두 씻어내면서 토라(구약성경)의 시편 23편이나 70편 등을 낭송하곤 한다. 그러나 굳이 이런 복잡한 방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 매일 이런 식으로 목욕재계를 하라고 한다면 아마 목욕재계의 절차를 건너 뛰고 바로 수행을 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목욕재계는 매일 해야 하므로 좀더 간단한 목욕재계를 방식을 소개하겠다. 
사실 목욕재계는 그 원리만 안다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심상화를 하면서 씻는 것이 바로 그 원리다. 마법수행을 하기 전의 목욕재계란 정화를 의미한다. 세상에서 찌든 더러움, 온갖 크고 작은 상념, 혹은 그날그날마다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친 부정적인 요소들이 물에 의해 완벽하게 씻겨 제거되는 것을 심상화하는 것이 바로 목욕재계이다. 늘 이런 식으로 그 날에 감응되는 감정적인 요인들 혹은 그 밖의 다양한 비윤리적인 사고 등 수행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인들을 강력한 물로 제거하고 자신을 정화하여 청결케 하라. 마법사는 늘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것이 진정한 침례의 비밀이다. 매일 같이 죽고 거듭나라!

(3) 로브 

목욕재계가 끝나면 깨끗한 수건으로 온 몸을 닦고 자신의 마법 로브(Robe)를 입는다. 전통적으로 로브는 중세시대 수도사가 입는(모자가 달리고 허리끈이 있는) 수도복 형태의 로브는 입는다. 로브를 만들려면 검은색이나 흰색 옷감을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처음엔(흰색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정 마법의식을 하는 경우에 해당 색깔 로브는 입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옷감은 실크가 좋다. 실크는 외부로부터 오는 원치 않는 영향력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로브는 만드는 방법은 소환마법 레시피 p125 참조)
그러나 굳이 전통 복장 형태와 그 색깔을 따를 필요는 없다. 원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 옷도 좋고 수행하기 편한 반팔 반바지 옷도 좋다. 다만, 자신이 마법 로브라 정한 옷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 타인의 긍정적/부정적 생각 에너지(파장)가 로브에 달라 붙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로브는 마법 수행을 할 때만 입는 특별한 옷이다. 이는 제복과 같은 범주이다. 의사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듯, 요리사가 조리복을 입고 요리를 하듯, 마법사는 로브를 입고 마법수행을 한다. 로브를 입으면 일상 생활과 다른, 평소 즐기던 오락과는 다른, 마법이라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각인시켜 마법을 하기 좋은 경건한 마음 상태를 만들어 준다.

(4) 신전

로브를 입고 의식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신전(수행방)으로 향한다. 사실 마법 수행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되어야 할 것은 자신만의 공간이다. 이런 공간이 있어야 방해를 받지 않고 수행에만 집중을 다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면 자신의 방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기 방에서 수행을 하기로 결심한 초심자는 수행할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여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다양한 의식들에 숙달되고 정화와 축성 의식을 할 수 있는 레벨이 되면, 그때 신전에 필요한 마법도구들을 제작하라. (소환마법 레시피 제 4장 마법도구 참조)
수행을 할 때는, 신전 안에 모든 전기 스위치를 내려야 한다. 너무 어두워서 방 안에 사물을 구별할 수 없다면 분위기도 낼 겸 촛불을 켤 수 있다. 처음엔 초의 색깔을 신경 쓰지 말라. 그 어떤 모양이나 색깔도 상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흰색 초를 사용하길 바란다. 물질계로 엔터티(entity)를 소환하는 경우에는 부르는 존재의 속성에 따라 초 색깔도 고려해야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마법적 이유가 있으니, 웬만하면 평상시에는 흰 양초를 사용하라. 
또 향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보통 서양에서 쓰이는 허브로 만든 긴 스틱용 향이 간편하고 좋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유향이나 몰약 등 허브 오일 따위를 혼합하여 종기에 담은 증류수에 첨가하고 램프에 태워 향을 내는 것도 좋다. (아로마 오일을 생각해 보라. 그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 마법 수행을 할 때 정해진 향을 꼭 피워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쓰면 그만이다. 다만 마법의식을 거행할 때마다 각각 도움을 주는 향들이 있다. 그 향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크롤리의 “777”을 참고하라. 향 냄새가 싫거든 피우지 않아도 된다. 향꽂이가 없다면 접시에 모래를 담고 향을 꽂으면 된다. 자유롭게 생각하면 된다.
또한 마법 수행을 하기 전에 할 수만 있다면 주변의 소음 요소를 모두 제거하라. 가족이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마법사는 절대로 방해하지 말라는 푯말을 자기 방 문 앞에 걸어두거나 방 문을 잠가 둘 필요가 있다. 또 현대인의 애물단지인 핸드폰을 진동(매너모드)으로 바꿔라. 하지만 나는 이 진동조차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거든 핸드폰 배터리를 과감하게 뽑아버려라. 언젠가 그 귀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5) 기도

신전 안에 초를 켜고 향을 피웠으면 준비는 거의 모두 끝났다. 
모든 마법 수행을 하기에 앞서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한다. 날마다 혹은 그 날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기도 형식을 취하면 된다.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 등과 같은 자신의 기도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자기 신에 대한 존중 그리고 신성과의 합일을 목표로 하는 수행임을 전제하고 마법수행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하는 것 등이 기도문의 핵심으로 들어가야 할 사항이다. 그 밖에 자신의 의지와 뜻에 맞는 격언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기도문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형식이 벅차다면 (둘 중에) 하나만 하도록 하라. 정석은 없다. 
또 하나 민감한 문제는 바로 신이다. 대체 어떤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가? 답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지는 신이다. 그 신이 당신에게 최상의 신(힘)이 되어줄 것이다. “난 모르겠다. 그래서 그 어떤 신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법은 과학이자 예술이라면서 왜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가? 꼭 그래야만 하는가?” 이처럼 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도 있겠다. 왜 그럴까? 신은 존재하지 않다라고 생각해서? 아니면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나는 세상 종교 사람들이 신앙하는 신을 믿으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에게 기도하라는 것이다. 신의 개념부터 알아야 인정을 하고 기도문을 만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페이지 분량상 문제가 있다. 그러니 “헤르메스학 입문” 이론편에 나오는 종교(헤르메스학 입문 p72)와 신(p73)을 참조하라. 그리고 숙고하고 명상해보도록 하라.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영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진정한 믿음은 산도 옮길 수 있다.
신과 관련하여 한 가지 당부는, 다신을 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의지가 분산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신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 존중만 하면 된다. 오직 자신의 최고의 신 한 분께만 기도하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 마법모토

또 하나 자신의 마법모토(motto)를 정해야 한다. 마법명이란 자신의 마법적인 소망이나 목표를 한 문장 안에 담아 자신의 의지를 표하는 것으로, 그 문장을(다시) 함축시켜 하나의 단어, 하나의 이름을 만드는 식이다. 히브리어나 헬라어, 라틴어 등 마법적으로 전통이 있는 언어로 마법명을 짓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도 이러한 전통을 따를 필요는 없다. 원한다면 영어로 해도 되고 한글로 해도 된다. 요점은 자신의 마법적 의지에 잘 맞는 마법명을 짓는 것이다. 자신의 마법적 정체성과 마법을 하게 된 동기와 목표를 깊이 숙고해보고 신중하게 이름을 지어야 한다.
처음 정한 마법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매번 그렇게 바꾼다면 문제가 있다. 마법사가 수행을 통해 조금씩 영적인 진보를 이뤄가는 동시에, 정해진 마법명에도 실제의 파워가 충전된다. 그 파워는 마법명에 부여한 마법사의 소망이자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명을 자주 바꾸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아이디가 없다면 그 싸이트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법명을 짓는 것은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이다. 그러니 ‘천천히 서둘러’ 마법명을 짓도록 하라!

(7) 마법 도구

이제 곧 LBRP를 실행해 볼 참인데 로브 말고는 아무런 마법도구도 준비하지 않았다. 마법도구를 대체 할 만한 것이 있는가?
마법세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초보 마법사는 아무런 도구도 필요 없다. LBRP를 하겠다는 그 의지가 바로 진정한 마법도구다. LBRP에 쓰이는 마법도구는 오로지 ‘단검’뿐이다. LBRP의 절차 중에 흙 원소 추방 오각별을 그리고 입장 동작(Sign of Enterer)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단검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사용하면 된다. 단검 없이 손가락 만으로도 LBRP의 모든 과정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초보 마법사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마법도구를 갖고 싶을 수도 있다. 조금 더 폼 나게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검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결국 나중에 단검을 마련해야 하므로 미리 지녀도 상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정화 및 축성 의식을 거쳐야 한다. 초보 마법사가 복잡한 정화 의식과 축성(충전) 의식을 할 수 없을 테니 좀더 간략한 의식 하나를 소개하겠다. 
자신의 마법 의식 도구를 만들 때까지는 평범한 양날 단검이나 나무 지팡이를 써도 된다. 그러나 평범한 도구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 임시변통으로 다음과 같은 주문을 통해 빛의 의식을 거행한다. “쇠(또는 나무)로 만들어진 피조물이여.
너를 신의 권위로 정화하고 축성하노니,
나의 명령에 따라 마법 실행의 도구이자 내 의지의 확장이로다.
그대로 될지어다.”


그리고 나서 흐르는 물과 향불 연기에 마법 도구를 통과시키며 모든 더러움이 씻어나가는 것을 시각화한다.” (소환마법 레시피 p 80 참조)

양날 단검은 해외 인터넷 마법 싸이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굳이 양날 단검의 형태를 따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쓰일 양날 단검은 공기 원소 단검과 별개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작은 과도를 구입하라. 그리고 과도를 단검 삼아 위에 소개된 간단한 의식을 거쳐 LBRP에 사용하도록 하라. 이로써 이 과도는 일차적으로 LBRP용 단검이 된 것이다.


박영호 / 파리 카톨릭대학, 파리 제4대학에서 종교학과 고대 오리엔트 언어를 공부했으며, 동대학 특수종교학 대학원에서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 동방성당기사단(O.T.O.)에 입문하여 서양 전통 제식마법과 헤르메스 철학의 비전을 전수받았다. 번역서로 <헤르메스학 입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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