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점성학과 연금술 : 용 이야기

1. 용이라는 상징



용은 동서양의 많은 신화에 등장하는데요, 대부분 용은 경계 자체이거나 경계를 지키는 자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나타내는 각종 상징과 겹쳐 묘사되곤 하지요. 동굴, 늪, 바다 끝, 심연 등등.  또는 보물을 지키는 자로서 보물 찾는 자를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제물을 요구하는 ‘삼키는 자’이며, 이때 제물이 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사냥꾼이 등장합니다. 

용을 제압함으로써 보통사람은 영웅이 됩니다. 아니,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용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용사냥꾼은 사자라는 복합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용을 삼켜 입에 문 사자는 승리한 용사냥꾼의 상징입니다. 

‘삼킴’은 매우 중요한 상징 행위입니다. 삼킴은 ‘하나되기’의 행위로서, 다른 존재로 변성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거든요. 용사냥꾼 사자는 용을 삼킴으로서 태양-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원래 용은 삼키는 자요, 양과 음 중에 음의 상징인데, 그 반대 상징인 사자가 용을 삼키다니! 영웅이 되려면 자신의 속성과 반대되는 짓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원래 생긴대로 놀아서야 어찌 영웅이 될 수 있겠어요!

아무튼 용은 이처럼 경계를 지키는 모든 것의 대표 상징이자, 삼키거나 삼켜짐으로써 ‘다른 것’을 ‘창조’하는 힘입니다. 대체 신화는 물질계에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용을 등장시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요?    

2. 용의 비밀 : 시간과 공간과 순환의 주

제가 지금까지 공부해본 신학 또는 신화학 문서 중에서 용에 대해 가장 명료하게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세페르 예찌라 Sepher Yezirah>입니다.     

1. 이 모든 것의 증거는 바로 대우주요, 시간의 순환 주기요, 소우주 인간 자체이니, 그 안에서 신의 창조를 확실히 목격하리라. 주께서 3(Triad)과 7(Heptad)과 12(Dodecad)의 증거를 붙박으셨으니, 황도대 열두 별자리의 군주, 이 세계의 군주인 용이라. 그는 이 우주와 소우주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탈리(Tali)라. 트리아드(Triad)는 불, 물, 공기이니, 불은 위요, 물은 아래요, 공기는 중간에 있도다. 공기는 양쪽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입증하느니라. 이들 본원적 트리아드는 3모자 즉 최초의 원소인 알레프 멤 쉰으로부터 방출되었도다.

2. 탈리(Tali), 즉 용은 대우주 위에 존재하는 자라.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나니, 이때는 자신의 나라에서 왕좌에 앉아 있는 왕이라. 또한 탈리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나니, 이때는 전쟁을 지휘하는 전투 중인 왕이라.

우리 주 하느님은 대립의 국면을 만드셨나니, 선과 악이 그것이라. 선으로부터는 미덕을, 악으로부터는 악덕이 비롯되느니라. 올바른 자에게는 복이, 악인에게는 재앙을 예비하셨도다.


위 다이어그램이 위의 <세페르 예찌라> 구절을 표현한 것임은 조금만 살펴 보면 알 수 있지요. 사실 용은 하나요, 머리에 관을 쓴 머리와 그 입에 삼킴 당하는 꼬리로 이어집니다. 꼬리를 입에 문 뱀, 우로보로스라 부릅니다. 그러나 머리 레벨과 꼬리 레벨은 존귀함과 조악함, 나아감과 물러감의 국면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존귀한 레벨은 용으로, 조악한 레벨은 뱀으로 표현됩니다. 

위의 그림들은 하나의 용 탈리입니다. 황도대 12별자리의 군주, 우리 세계의 왕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용의 두 국면을 별도의 존재로 나누어 그려 놓은 것입니다. 하나는 왕좌 앉아 경계를 지키는 왕이요, 또 하나는 전투를 통해 삼키고 삼킴을 당하는 왕입니다. 위의 용은 날개를 가졌으며 우월한 용이며, 아래의 용은 뱀으로서 열등한 용입니다. 위의 용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토성의 바깥면이며, 아래의 뱀은 용의 반영물로서, 인간의 혼에 대립하며 전투하는 장애이자 시험자입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뱀은 바로 ‘아래의 용’이지요.

위의 용은 머리이며 낮-태양으로서, 점성학(점성술)에서는 ‘용두'(라 합니다. 아래 용은 꼬리이며 밤-달로서 ‘용미’라 부릅니다. 점성학(점성술)  천궁도에 기표되는 용두와 용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7행성의 태양-달과는 다른 차원의 밤-낮이지요. 오른쪽 그림에서 용의 순환고리 양 옆에 있는 태양과 달이 바로 용두-용미입니다.  용두는 사자에, 용미는 독수리로 표현됩니다. 신화와 연금술에서 흔히 쓰는 태양-달, 양-음의 상징이죠.

이 용은 360개의 비늘로 덮여 있는데, 이것이 점성학의 도수입니다. 대우주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360가지 포인트지요. 이 포인트는 에너지 속성에 따라 모두 1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구역이 바로 황도대 12별자리랍니다. 

<세페르 예찌라>가 가르치고 있듯이, 용은 시간과 공간의 주(lord)입니다. 근원적 힘이 형태를 입을 수 있도록 크기와 무게를 정하고 경계 즉 심연을 만드는 자입니다. 용의 힘을 통과한 모든 에너지는 더 이상 무한이 아닙니다. 자기만의 색깔과 무게와 크기를 갖는 존재가 됩니다. 용이 꼬리를 입에 뭄으로써, <헤르메티카>가 가르치고 있듯이 근원의 힘이 동굴에 갇힌 것처럼 공간화됩니다. 동시에 시간의 지배를 받습니다. 즉 태어남과 죽음에 속하게 되는 것이지요. 틀이 지워진 힘은 그 안에서 죽음과 삶의 순환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지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거든요. 시간의 늪은 이처럼 용-토성의 지배 아래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 용은 근원적인 힘, 신의 영역을 지키는 경계의 관문지기입니다. 태어남과 죽음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 원 안의 존재가 그 경계를 벗어나려면 용을 죽여야 합니다. 용의 몸을 삼켜야 합니다. 밖의 세계와 안의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니까요.


3. 용은 어디에 있는가?

용은 대우주의 왕좌에 앉은 자입니다. 관을 쓴 채 이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습니다. 소우주 인간의 혼을 지배하는 자이기도 합니다. 특성화된 ‘나’ 자신, 나의 아이덴터티는 황도대 12별자리를 거친 우주적 힘들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이때 용이 힘을 분배하고 크기와 무게를 정합니다.


인간이 경계에 서는 때 용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까르마’라 부릅니다. 모든 것을 삼키는 자,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내는 자! 자식을 낳았다가 삼키는 자, 시테를 쥐고 다시 거두어들이는 자! 그리스의 크로노스, 로마의 새턴, 이집트의 이시스는 모두 용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들 신은 토해낼 때 법칙에 따라 힘을 배분하여 운명의 굴레를 씌웁니다. 동시에 굴레를 벗어날 길을 엽니다.용은 내 안에 하나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의 심연, 개별성과 집단성의 경계에 자리합니다. 그곳이 나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좌우하는 지점이며 장애를 놓는 제한의 주인입니다. 이 제한을 넘어서길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용사냥꾼들이지요. 용과 싸워야 합니다. 타고난 제한성들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모두 삼켜 먹어치워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답니다.


점성학(점성술)과 연금술은 이렇게 만납니다. 오컬트 입문과 진보의 길 역시 여기 있습니다.   



– 까페 아르고나우트에서, S.S. 칼럼 발췌 (정은주, 좋은글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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