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환마법레시피> 프롤로그

프롤로그
여러 가지 오해에도 불구하고, 소환은 마법의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분야에 속한다. 다른 차원으로부터 볼 수 있는 형태로 영을 불러내 어떤 행동을 수행하라고 명령한다는 발상은, 역사 시대 이전부터 은비학자들을 매료시켜왔던 것이다. 마법이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던 이유에 대해서는 <고에티아Goetia>나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 같은 주술서grimoire를 읽어보았다면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술서는 소환사evoker가 되려는 이들에게 위대한 능력과 부를 약속한다. 마법사에게 놀라운 것들을 정말 많이 선사할 수 있다고 영 존재를 묘사하는 것이다. 숨겨진 보물의 위치,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 초자연적 능력(예를 들어 염력으로 물건을 이동시킨다든가, 엄청난 힘이 생기게 한다든가, 심지어 공중을 날아다닐 수도 있는 능력), 언어에서부터 과학에 이르는 모든 형태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왜 소환 마법이 전세계 마법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는지 명확해진다. 책 몇 줄 읽으면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서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보다 신나는 일이 또 있겠는가. (중략)

물론 나도 젊을 적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솔로몬의 작은 열쇠Lesser Key of Solomon> 중의 한 권인 <고에티아Goetia>를 구입해서 주술을 실행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책에서 본 마법원을 마루 바닥에 대충 분필로 베껴 그렸다. (몇 시간씩이나 걸린다.) 그리고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잡한 도구 몇 가지도 준비했다. 이런 모든 도구들로 중무장하고는 책을 들고 주문을 시작했다.

한 시간이나 걸려서 다섯 가지 주술을 세 번이나 반복했는데, 양초 두 개만을 켜놓은 불빛 아래서 책을 읽느라 지독한 두통만 생겼을 뿐이다. 강력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내 꿈은 열네 살에 산산이 부서졌고,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소환 마법 분야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뛰어난 마법사 프란츠 바르돈Franz Bardon의 저서 덕분에 소환 마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었다. 바르돈은 그럴 듯한 소환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나는 바르돈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채, 다른 소환 방법을 발견하리라는 희망으로 여러 이론과 방법을 5년 동안 탐구했다. 그저 그런 연구와 많은 실험 그리고 초기의 엄청난 실패 끝에, 굉장히 잘 실행되는 두 가지 종류의 마법적 소환을 발견했다. 

이 두 종류의 소환 형태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일단은 <소환>이 정말로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환은 ‘영 존재entity를 다른 차원에서 불러내어 아스트랄계나 물질계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환으로 불러낸 존재는 마법사 가까이 데려올 수는 있지만 몸 안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다. 이것이 소환(召喚)evocation과 초환(招喚)invocation의 차이점이다. (중략)

아스트랄계 소환은 영 존재를 가까운 아스트랄계로 데려오는 것으로, 훈련된 마법사나 투시 능력자는 영 존재를 볼 수도 있고 접촉할 수도 있다. 아스트랄계를 ‘들여다보는’데 가장 좋은 도구는 마법 거울로, 아스트랄계 소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아스트랄계 소환에 대해서는 제7장에서 설명할 것이다.

물질계로 소환하는 방법은 아스트랄계 소환보다 터득하기가 더 어렵다. 영 존재를 물질계로 소환할 때 마법사는 존재를 물질계에 완전히 구체화materializationt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환 장소를 해당 존재의 ‘특성nature’과 일치시켜야 한다. 이렇게 준비가 되어야 마법사는 다른 차원에서 물질계로 영 존재를 데려올 수 있다. 이 중요한 기법 뒤에 숨겨진 비밀은 제8장에 설명해 놓았다.

이제 마법적 소환이 무엇인지 실제적인 정의를 하게 되었으니, 조금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문장은 좀 신뢰할 수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를 믿고 들어보기 바란다. 소환 마법은 주술서에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소환을 행하는 절차는 책 몇 줄을 암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대 주술서의 저자들이 알고 있던 기법에는 체계적인 절차가 있었는데, 아마 가르쳐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사실 그들은 독자가 의식을 거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상야릇한 실행법과 ‘마법 의식’을 꾸며내서 비입문자를 따돌렸다. 주술서의 어떤 부분은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내용은 사람들이 애초에 소환을 시도해 보는 것조차 단념하게 만든다.

<호노리우스의 주술서Grimoire of Honorius>를 예로 들어보자. 무의미한 소환을 준비하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린다. 동물 두 마리를 제물로 바친 후, 양 가죽에 온갖 기호를 수십 개씩 적고, 벌판을 돌아다니며 ‘비밀스런’ 장소에 죽은 동물의 여러 부위를 파묻는 등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마법사의 준비 사항operator’s preparations>이라 불리는 이 모든 행위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주술서의 권위에 굴복하게끔 조작된 것이다. 그런 덕분에 이 마법 의식을 시도해 본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것이며, 별다른 결과도 얻어내지 못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이러하다. 소환 마법은 동물이나 인간을 희생할 필요가 없으며, 피를 흘릴 이유도 강물에서 목욕할 필요도 없고, 교차로에 수탉의 깃털을 묻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을 필요도 전혀 없다. 소환 마법에는 사악하거나 가학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마법적인 소환은 긍정적이고 유익한 경험이다.

이 책은 소환 마법의 기법을 알려 주는 안내서이다. 이 책만 있으면 이 오래된 고대의 마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마법 훈련을 전부 다뤘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책이다. 마법 훈련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의 순서대로 마법 수행을 하면 안전하게 소환을 행할 수 있다.

고대 주술서에는 유용한 영들의 이름과 인장이 많이 적혀 있다. 그러나 어떤 영 존재들은 너무 광범위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들을 처음 소환하는 마법사가 기대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나는 독자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소환해보고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영 존재와 해당 인장의 목록을 제9장에 기록해 두었다. 외모와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 분야,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 등 영 존재에 대한 사항을 전부 소개해 놓았다.

이 책의 방식을 따르면 자신이 불러내는 존재에 대해 헤매거나 여기저기 서점을 뒤지지 않고도, 보다 실천적으로 소환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마법사는 소환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다음 장에선 이러한 도구의 제작법, 마법적인 준비 사항, 사용법 등을 설명해 놓았다. 도구를 준비하고 마법 감각을 계발시키고 나면 소환 방법을 배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사실과 모순되는 마법적 진실이 많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환이 사악하다든가, 강령술necromancy과 비슷한 것이라든가, 악마에게 인간의 영혼을 팔곤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 재미있는 점은 소환 마법을 실행하기 쉽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책만 읽어도 영이 나타난다고 오해해 버린다.)

그렇다면 이런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오컬트에 대한 수많은 오해는 미국 서부 해안, 정확히 말해 헐리우드Hollywood에서 생겨났다. 영화 제작은 사업이며, 사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자. 영화는 삶의 진실이 아니라 재미를 전달하면 된다.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주제의 영화를 보러 갈 때 감동이나 철학적인 가르침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공포나 판타지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사실 지금껏 큰 성공을 거둔 공포 영화나 소설 안에는 오컬트의 진리가 담겨 있지 않다.

더 자세한 얘기를 하기 전에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 나는 공포나 판타지에 대해 반감이 없다. 오히려 그것들이 가장 재미있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말 그대로 ‘허구’일 뿐이다. 사람들이 그러한 허구에서 마법과 신비 사상에 대한 개념을 얻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진짜 마법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마법사는 손가락 끝에서 번개를 쏠 수 있어야 하고, 텔레비전은 아이들을 빨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낡은 책을 펴고 우스꽝스런 주문 몇 마디를 읽어서 악령을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영화가 언제나 마법적 소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왜곡을 만들어낸 것은 주술서 자신이다. 고대 마법서에 설명된 일부 마법 의식에 비하면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소환이 훨씬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어찌됐던 책에서 주문을 읽으면 영을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소환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영화나 소설, 주술서의 잘못된 부분 탓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으로 소환에 대한 굉장한 오해 하나를 처리했다. (중략)

마지막으로, 중세에 아주 보편적인 믿음이었으며 헐리우드 덕분에 지금도 대다수가 믿고 있는 오해를 살펴보자. 이 오해의 뿌리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이야기에 속하는 <파우스투스Faustus 박사의 전설>이다. 지금 나는 소환이란 악마 자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악령을 불러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구전된 파우스투스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최초로 등장한 것은 1587년에 등장한 독일어 소책자로 <요한 파우스투스 박사의 이야기Historia von D. Johann Fausten>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1592년에는 <저주받은 요한 파우스투스 박사의 죽어 마땅한 인생 이야기The Historie of the damnable life, and deserved death of Doctor Johnn Faustus, Newly imprinted>라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여지가 거의 없는 제목을 달고 영어로 번역되었다. 괴테가 크게 수정한 버전을 내놓기 전까지 이 소책자는 파우스투스에 관한 책과 희곡 그리고 시의 기초가 되었다. 우리는 뒤에서 잠시 이 내용을 참고할 것이다. 이 소책자의 내용과 가장 비슷한 것은 크리스토퍼 말로우Christopher Malowe의 희곡 <파우스투스 박사Doctor Faustus>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략)

요한 볼프강 괴테Johann Wolfgang Goethe의 작품에 나타난 파우스트의 테마는 영원한 투쟁striving이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었을 때, 그는 특정 날짜에 동의하지 않았다. 계약 조항은 다음과 같았다. 만일 파우스트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그만두면,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거두게 된다. 여기서 저 유명한 인용문이 나왔다. “내 모든 힘을 다해 지고의 삶을 위해 분투한다Zum hoechsten Dasein immerfort zu streben.” (중략)

자, 이제 왜 내가 파우스트의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인용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렇게 한 데에는 아주 충분한 이유가 있다. 모든 형태의 마법을 실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마법의 근원은 신이며, 마법을 행하는 이유는 더 나은 존재가 되어 창조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말로우의 <파우스투스 박사>가 악의 빛evil light 안에서 소환과 마법을 표현한 반면, 괴테의 파우스트는 모든 마법이 사악하다고 말하는 교회의 오랜 가르침을 없애버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 서양의 의식 마법 전통에서 마법을 실행하는 목적은 수호천사와 소통하고 결국 신과 합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파우스트>에 숨겨진 주제이기도 하다. ‘지고의 삶’과 ‘지고의 차원’이라는 말은 오직 한 가지 의미, 즉 신성과의 합일이기 때문이다. 

괴테는 오컬트에 매우 조예가 깊은 사람이며, 서양 마법 단체 사람들은 대부분 괴테가 진정한 마법사였다는 데 동의한다. 나는 괴테의 몇몇 작품을 세심하게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 안에 실천적인 마법 지식이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는지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파우스트의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내가 이 시놉시스에 트로이의 헬렌과 그레첸을 포함시킨 이유도 다음 교훈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절대로 영 존재에게 현혹되지 말라!”제1장은 모두 영 존재에 관한 내용이지만, 여기 서문에서부터 경고를 해둔다. 여러 가지 다른 오컬트 수행에서와 마찬가지로, 현혹은 정말 위험하다. 그래서 마법 의식의 마지막 부분에 대부분 현실 적응 과정이 있는 것이다. 위카wicca 계열에는 과자와 맥주cakes and ale의 의식이 있고, 황금새벽회에서는 대규모 추방 의식banishing ritual 다음에 대부분 포도주로 성체 의식을 하며, 땀에 젖은 마법 단체 회원들이 심지어 뛰쳐나가 머리에 찬물을 쏟아 붓는다. 이 모든 의식은 아주 중요하다. 참가자의 의식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주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소환을 실행한 다음 영 존재에게 사로잡혀, 먼저 질문도 해보지 않고 영 존재가 해준 조언에 무조건 따르기 시작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소환된 영과 마법사 간에는 연결 고리가 생기는데, 그 연결 고리를 잘 통제해야 한다. 적절하게만 행하면 소환은 무해하지만, 우주 만물이 그렇듯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의사들이 하루에 술을 한 잔씩 마시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좋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마시기 시작하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법적 소환은 물론이고 그 밖의 모든 오컬트 수행도 마찬가지다. 비의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괄하여 생활 속의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파우스투스 박사는 헬렌과 마법에 현혹되어 파멸되었다. 한편 파우스트는 물질적인 것들과 인간(특히 그레첸)에 대한 관심을 유지함으로써 구원을 받았다.

신비주의 수행을 하려면 우선 현실 적응 과정부터 연습해야 한다. 부엌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늦은 밤에 자기 침실에서 복잡한 예식을 행한 다음, 이 책에 소개한 추방 의식을 적절하게 실행하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 버리면 안 된다. 평소의 의식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책을 하거나 TV 시청이라도 할 것을 권한다. (중략)

지금까지 우리는 마법적 소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완화되었는지 추적해 보았다. 또한 수많은 오해 안에는 매우 가치 있는 오컬트 교훈도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천적인 설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소환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하자. 이번 이야기는 마법 단체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소환 사례다. 이 소환과 연계된 결과물이 곧 지금의 총체적인 마법 체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1582년, 두 명의 남자가 마법의 세계를 영원히 뒤바꾼 제휴를 맺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1세의 왕실 점성가 존 디John Dee와 수정구 응시 능력이 뛰어난 날건달 에드워드 켈리Edward Kelly였다. 켈리가 디의 집으로 찾아가서 스크라잉scrying, 즉 수정구 응시 능력을 시연해 보임으로써 이 믿기 어려운 결합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7년 동안 두 사람이 사용했던 소환 방식이, 내가 이 책에서 첫 번째 방식으로 가르치게 될 아스트랄계 소환이다. 숙련된 마법사였던 존 디는 영 존재를 아스트랄계로 소환하고, 에드워드 켈리는 수정구를 통해 영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마법 실험을 통해 디와 켈리는 천사를 만나 에녹어Enochian라 불리는 마법적인 언어를 배운다.

에녹어는 고대에 마법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던 언어였다고 추정되는데, 그 이후로는 잊혀져 있었다. 천사는 수정구를 통해 켈리에게 에녹어 서판을 보여주었으며, 디가 이것을 베껴 적었다. 그 서판에는 천사가 말했던 에녹 체계에 속한 존재의 이름들이 한 글자씩 거꾸로 적혀 있었다. 에녹어는 굉장히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그 이름들을 거꾸로 발성하면 부르지 않은 존재는 나타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장된다. 영 존재의 마법적 이름을 부르면 해당 존재와 아스트랄 차원에서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꽤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촉은 통제 불가능하므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중략)

이제 주술서에서 말하는 것만큼 소환이 쉽지는 않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주술서에 제시된 약속과 보상도 믿을 만한 것일까? 오랜 세월 동안, 나를 포함하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마법사들이 배운 것이 있다. 결단력과 인내심을 조금만 발휘하면, 이 비의적인 기법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보상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소환은 마법이 구현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형태의 하나로 꼽힌다.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레이먼드 버클랜드Raymond Buckland는 <마법술 전서Complete Book of Witchcraft(르웰린, 1990년, 2002년)>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환이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겠다며 천 볼트짜리 전선을 연결하는 짓이다!” 탈리스만talisman이나 양초만으로도 간단한 마법적 목표는 쉽게 이룰 수 있으니, 어쩌면 버클랜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극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만으로도 음악을 잘 들을 수는 있지만, 50명이 웃고 떠드는 파티에서는 쓸모가 없다. 좀 더 강력한 것이 필요하다. (중략)

영 존재 소환을 위한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 존재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적 존재가 있으며, 그들 중에 믿을 만한 존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1장에서 영 존재란 정말로 무엇인지, 어떤 존재를 피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유익한 존재와 교류할 수 있는지 설명할 것이다.

<소환마법레시피> 15쪽, 프롤로그, 발췌
콘스탄티노스 지음/임동욱, 정은주 옮김/박영호 감수/좋은글방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