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별은 충동질을 할 뿐 강제하지 않는다?

별은 충동질을 할 뿐 강제하지 않는다?

스토아 학파가 헬레니즘 시대의 점성학에 영향을 끼쳤다면, 헬레니즘 시대 이후 아랍 및 중세 점성학에 영향을 준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다. 특히 2세기에 활동했던 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서 <테트라비블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관점에 입각하여 쓰여졌다. 앞서 <테트라비블로스>가 점성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언급한 것을 기억해보라.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점성학에 미친 영향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실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로는 감각할 수 있으며 언젠가 소멸하는 실체, 둘째는 감각할 수 있지만 소멸되지 않는 실체, 셋째는 감각할 수 없으며 소멸하지 않는 실체다.

각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실체는 달 아래의 세계, 즉 지구를 말한다. 지구와 지구에 사는 동식물은 생성되고 소멸되는 불, 물, 공기, 흙 등 4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실체는 토성에서부터 달에 이르는 일곱 개의 천체(7행성)를 말한다. 천체는 원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원운동은 가장 완벽한 운동으로서 천체가 소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소멸하지 않고 원운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천체가 에테르Ether라는 근본 물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셋째 실체는 신God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원동자Prime Mover’라고 불렀다. 그는 <형이상학>에서 모든 존재의 운동(변화)의 원인이면서 스스로는 변화하지도 생성되지도 않는 것이 있다고 언급하는데, 이것이 곧 ‘부동의 원동자’라는 개념이다. 원동자는 천체를 움직이게 하며, 천체는 4원소로 구성된 지상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단순화시키면, “지상의 사건은 천체의 영향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며, 따라서 천체는 지상에서 일어난 일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점성학은 일종의 물리학적 입장을 갖게 된다. 행성은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며, 점성학은 그 에너지의 성격과 영향력을 연구하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9세기 아랍의 점성가 알킨디Al-kindi(801~873)가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는데, 저서 <별의 빛에 관하여On Stellar Rays>에서 그는 행성이 일종의 전파를 발산하여 지상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행성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 기반한 점성학은, 스토아 학파의 영향을 받은 점성학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좀더 옹호하는 편이다. 인간이 행성의 영향을 받는 사실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행성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거나 중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기 회로에 저항을 끼워 넣어 전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행성은 우리를 충동할 뿐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 충동을 극복한다면 운명을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하길, 점성학을 깊이 연구한 사람은 별들의 성질을 파악하고 그 효력에 대응해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별들의 수많은 영향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또한 같은 의미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헤르메스학 및 마법 전통, 종교적 관점 등에서 점성학 개념을 세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서 쓰여진 점성학 저서는 거의 없거나 손에 넣기 쉽지 않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보고 눈치를 챘겠지만, 점성학 문헌을 펼쳐 놓고 공부할 때 저자가 어떤 관점을 받아들여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입장에 따라 특정 문구가 세세하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아 학파의 관점을 견지하는 문헌에는 “어떤 행성이 무엇 무엇에 영향을 준다”고 적혀있다. 예를 들어 프톨레마이오스의 책에는 “달은 습기를 발산하는 행성으로서, 밀물과 썰물 그리고 식물과 동물의 성장과 부패에 영향을 끼친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중략)

<머머의 점성학 강의 노트> 제2강 점성학의 철학적 배경, 발췌
박승열 지음/좋은글방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