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카발라개론> 서문

카발라 교과서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시죠?
서문을 공개합니다. 서문을 읽으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답니다.
격려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좋은 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영차, 영차, 영차!!!


서문

나는 무엇인가? 정신인가 몸인가?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
이 세계는 무엇인가? 자연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
신은 실재하는가? 신과 자연과 나는 다른가, 같은가?

생존을 넘어서는 이 같은 질문들을 통해 인간은 존엄성을 갖는다.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질문과 답하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연에 군림하며 진화해왔다. 동서고금의 모든 문명은 이 질문에 답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 질문과 답의 집약물이 곧 ‘카발라’다. 로마와 서양 기독교 문명의 근간이 된 히브리즘 즉 유대 ‘카발라’가 잘 알려져 있을 뿐이지 유일한 답이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모든 문명이 나름의 ‘카발라’를 세우고 이를 토대로 권위를 획득했으며 문명을 이룩했다. 카발라가 체계적이고 세련된 문명일수록 더 위대한 역사를 남겼다.

이때 토대가 되는 카발라는 하늘과 땅의 다양한 현상을 포섭할 만큼 거시적인 것이어야 했다. 인간의 제한된 삶을 한 방에 뛰어넘는 무엇, 신이거나 신과 유사한 존재로부터 시작하여 나 자신과 주변의 구체적 현상까지 아우르는 ‘구조’여야 했다. 이 구조를 통해 삶의 다양한 현상이 이해되었으며, 자연의 힘이 설명되고 예측되었다. 예컨대 천문이나 계절 변화와 땅 위의 일들이 특정한 순환구조로 파악되었다. 이 순환구조는 필사의 운명을 가진 존재들을 위로했으며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처럼 답을 제시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자는 한 문명의 지배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때 구조적 답을 가리켜 테우르기아 즉 신학이라 하며, 이 논리의 재생산을 가리켜 마법 또는 연금술이라 한다. 그 토대가 되는 구조, 즉 논리가 곧 카발라다. 신-체계이며, 신이 자신을 드러내는 창조과정이며, 창조된 것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며 변성하는 진화과정에 대한 형이상학이다.        

카발라(קַבָּלָה)는 히브리어로 전수, 받음, 수용 등의 뜻을 가진 단어다. 그러므로 인간 스스로 찾아낸 답이 아니라, 어딘가로부터 즉 신으로부터 두 손에 받아 든 답이다. 학자들은 이 대목에서 뒤로 물러서서 비판적 태도를 취하곤 한다. 그러나 인간의 제한성을 뛰어넘는 열쇠 아닌가! 제한의 경계 안에서 찾아낸 열쇠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그 방식이 내면적이든 외향적이든, 우리 내면을 깊이깊이 파고 들어 찾아냈든 외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든, 어쨌든 틀 밖의 차원을 발견한 것이다.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로부터 이 세계의 확장을 깨달은 것이다. 히브리즘의 카발라뿐 아니라 모든 문명의 카발라가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카발라’를 히브리즘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모든 문명이 제각각 세운 인간 존엄의 증거 곧 최고의 형이상학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사용할 것이다. 특히 이집트, 유대, 힌두, 주역은 가장 견고하고 매우 세련된 카발라다. 오랜 세월 다듬어지고 실천적으로 검증된 형이상학이다. 이들이 동일한 우주법칙을 설명하고 있음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역사 속에서 때때로 통합 과정을 거쳤을 뿐 아니라, 거듭되는 윤회의 고리 안에서 섞이고 교섭하며 이들 카발라는 인류 진화의 주춧돌이 되었다. 카발라를 종횡으로 공부하면 할수록 이들의 구조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이 거의 무의미하다. 물론 실천적 측면, 즉 만트라(신의 이름) 또는 탄트라(힘의 언어) 등 카발라마법의 경우에는 나름의 방편을 구사한다. 이 책은 카발라의 기본 구조를 공부하는 교과서로 기획되었다. 마법, 점성학, 타로 등 실천적 오컬트는 물론이고 철학이나 신화학 등 인문학 공부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섞어 본래의 형체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 교과서로 사용하기 어렵다. 동일 법칙과 동일 원리라 하더라도, 방향과 시선에 따라 가치와 순서가 달라지니 말이다.

결국 이 책은 동일 소스에 속하는 헤르메티카와 유대 카발라를 축으로 삼아, 이집트와 유대의 테우르기아와 실천 체계를 섭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서양 오컬트나 서양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이 책은 나침반이 되어 주리라 자신한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도시 한가운데서 지도 한 장을 손에 쥔 기분일 것이다.

카발라. 그 깊고 오묘한 지혜의 샘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큰 기쁨 누리시기를!


– 까페 아르고나우트에서, 정은주(좋은글방 대표) 칼럼 발췌